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는 ‘다주택자 규제와 세 부담’입니다.
유명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면,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살 것이고, 결국 시장 전체의 수급은 중립적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요.
산술적으로는 참 명쾌해 보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제학을 공부하고 현장을 발로 뛰는 제가 보기에, 이 논리에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치명적인 두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 함정: ‘비율의 오류’ (1% vs 0.154%)
가장 먼저 짚어볼 것은 조세 전가의 실상입니다. 실증 연구 데이터를 보면, 임대인의 보유세가 1% 증가할 때 전세 보증금은 약 0.154% 상승합니다.
(참고 논문: KCI등재,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연구, 한국재정학회, 저자: 김병남, 송헌재, 2022)
숫자만 보면 "세금은 1%나 올랐는데 보증금은 겨우 0.15% 올랐으니 집주인이 손해 아닌가?" 싶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모수(원본 금액)의 차이’를 봐야 합니다. 커피 한 잔 값의 10%보다 아파트값의 0.1%가 훨씬 큰 법이니까요.
📊 보유세 1% 인상 시 실질적 부담 비교 (시뮬레이션)
| 구분 | 보유세(세금) | 전세 보증금 |
| 평균 금액(기준) | 약 161만 원 | 약 1억 5,863만 원 |
| 변동 비율 | +1.0% (인상) | +0.154% (전가) |
| 실제 변동액 | 약 1.6만 원 | 약 24.4만 원 |
데이터의 민낯은 이렇습니다.
집주인의 고지서에는 1만 6천 원이 더 찍혔지만, 세입자가 당장 마련해야 할 돈은 24만 4천 원이 늘어납니다. 집주인은 이 추가 보증금을 운용해 세금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결국 고지서는 집주인에게 갔지만, 실제 결제는 세입자가 하는 셈입니다.
두 번째 함정: ‘물리적 특성’의 무시 (부동성, 부증성, 개별성)
이광수 대표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부동산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신발' 같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세 가지 절대적인 물리적 특성을 가집니다.
- 부동성 (이동 불가): 서울 직장인이 원하는 건 서울 아파트입니다.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지방의 빈집은 서울의 전세난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 부증성 (생산 불가): 핵심지의 땅은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누군가 집을 사서 들어가면(실거주), 그만큼 시장에서 유통되는 ‘임대 매물’은 영구 소멸합니다. 재고가 줄어드는데 전세가가 안 오를 수 있을까요?
- 개별성 (대체 불가): 모든 집은 사이즈와 컨디션이 다릅니다. 내 발은 270인데 시장에 230 신발만 풀린다면, 신발이 수만 켤레인들 나에겐 공급이 '0'인 것과 같습니다.
당위보다 무서운 것은 현실입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당위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터와 부동산의 물리적 특성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공급(다주택자)을 압박하는 방식의 규제는 결국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으로 돌아옵니다.
부동산은 산수가 아닙니다. 입지를 점유하는 전략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사이즈의 신발을 찾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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