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지분형 주담대)’은 무주택 서민이나 청년층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정부가 4억을 투자해주고, 나머지도 6억도 70%를 대출로 충당하면 매수자는 1억 8천만 원만 있어도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니, 얼핏 보면 무척 매력적이다.
(특히 주변 무주택자들이 환호한다.. )
하지만 이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 어떤 방향으로 사회를 바꿔놓을지 생각해 보면, 꼭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집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수익은 나누되 손실은 정부가 부담한다는 이 구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1. 적은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분형 주담대는 기존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40%를 부담하고, 남은 금액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실제 필요 자금은 전체 집값의 18% 다. 진입장벽은 확실히 낮아졌지만, 그만큼 개인이 ‘집 전체’를 소유하는 비율도 작아졌다. 말하자면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의 일부를 갖는 시대”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 구조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정부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진입하게 만들고, 100% 자기 명의의 주택은 점점 희귀해질 수 있다.
2. 손실은 정부가 떠안는다? 정말 그럴까?
정부는 이 제도를 소개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정부가 손실을 부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는 손실을 부담하진 않을 것 같다. 정부는 해당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며 시간이 흘러 가격이 오르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크다.
즉, 손실을 떠안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회복하려는 보유 전략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점점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민간 소유 주택의 비율은 점차 줄어든다.
3. 결국, 주택시장도 ‘국가 주도’로 바뀐다
개인이 집을 온전히 갖지 못하게 되는 구조는 결국 자산 축적 경로가 바뀌는 사회를 만든다. 부동산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자산 형성과 계층 이동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지분형 주담대가 장기화되면 정부는 주택시장에서 거대한 지분을 보유한 플레이어가 되고, 주거의 자유, 부의 사유화, 시장의 자율성은 점차 축소될 수 있다. 결국, 이 제도는 ‘집을 같이 사준다’는 그럴듯한 출발에서 시작했지만, 사유재산 개념을 조용히 바꾸는 길일지도 모른다.
4. 정부가 대신 지는 ‘레버리지’, 결국 집값만 올린다?
지분형 주담대는 얼핏 보면 “빚 없이 집을 사는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개인 대신 레버리지를 활용해주는 구조다. 개인이 직접 대출을 지는 대신, 정부가 공동 지분이라는 형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매수자는 소액만 부담하면 되니 레버리지를 간접적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시장 전반의 구매력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물량에 사람들이 몰리면 경쟁이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소형 주택 가격부터 오르기 시작할 수 있다. 즉, "집값 안정"이 아닌 "정부 덕분에 오른 집값"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5. 공동 소유에 익숙한 세대, 온전한 ‘내 집’은 점점 멀어질지도
처음부터 정부와 공동으로 집을 소유하는 경험을 하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 이제 ‘100% 내 집’이라는 개념은 특정 계층만의 것이 될 위험이 있다. 소액으로 진입 가능한 구조는 분명 장점이지만, 그만큼 개인의 지분은 적고, 수익도 지분만큼만 가져갈 수 있으니 장기적 자산 축적의 기회도 줄어든다.
결국, “내 집을 가진다”는 개념은 정부 지분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리고 저소득층은 공동소유, 고소득층은 단독소유라는 이중 구조의 주택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단지 주거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 축적의 출발점에서부터 계층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 제도,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분형 주담대는 분명 한편으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 제도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변화다. 집이 점점 정부 지분으로 채워지고, 개인은 자산이 아닌 ‘거주권’만 갖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는 진정한 ‘내 집’을 가질 수 있는가? 아니면 정부와 함께 나눠 가진 집을 ‘내 집’이라 부르며 살아가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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